모든 일에는 골든타임이 있다.
[ 글쓴이 활동내역 ] 작성일 : 2025.09.07 21:49

  올해 12월의 바람이 유난히 차다. 요즘따라 눈도 침침하고 시리다.  시력이 떨어졌나 싶어 안과를 찾았다. 여러 가지 검사를 끝내고 진료실에 들어갔다. 의사는 한참 모니터를 보더니 당뇨 검사를 권유했다. 왜 안과에서  당뇨 검사를 권하는지 의문이었다. 별다른 설명을 듣지 못했지만 2차 병원 내분비과에서 검사를 받았다. 내분비과 선생님은 당뇨라고 하면서 입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당화혈 색소 13이다. 눈이 불편하니 시력 걱정되어 안과를 간 것뿐인데 당뇨 진단이라니. 나의 19년도 한 해 마무리를 당뇨 진단으로 한 것 같았다.

 

 더듬어 보니 17년도에 정형외과로 입원했을 당시 의사가 한 말이 생각이 났다. 의사는는 당뇨 전단계로 보인다고 말했다.  별다른 말이 없어서 따로 관리 하지는 않았다. 2년 전 전단계라고 들었는데  이렇게 빠르게, 그것도 높은 수치로 된 것이 조금 놀랍다. 당뇨 진단이 되어 놀라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덤덤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 아버지도 당뇨로 30년째 관리 중이시다. 덤덤하게 받아들인 이유가 어쩌면 아버지가 당화 6.4에 합병증 없이 지내셨기 때문일 것이다. 당뇨 관리를 하고 공부한 지금은 무서운 수치라고 느껴지는 게 웃음이 난다.

 

 

병원 입원 기간 동안 인슐린과 약을 병행하면서 치료를 받고 퇴원과 동시에 식단 관리를 했다.  식단은 거꾸로 식사법을 지키고 포화지방, 염분 섭취를 줄이며 시작했다. 식단 관리 후 운동은 자동 옵션으로 따라왔다. 맨손 스쾃을 100개씩 하고 걷기, 스탭퍼, 실내 자전거 등을 이용해 매일 같이 운동했다. 기저 인슐린을 맞았지만 운동과 식단으로 3개월 만에 당화 혈색소가 5.3으로 내려왔다. 수치가 내려와서 너무 좋았지만 눈이 말썽이다. 진단받기 전 갔던 안과를 방문했다. 당화 혈색소를 너무 빠르게 내린 것이 문제인지 망막 병증이 진행 되고 있다며 형광 안저 검사를 비롯한 합병증 검사를 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가는 시기라고 한다. 갑자기 나빠질 수 있냐고 물었더니 당화 혈색소를 짧은 시간에 급격하게 내리면 미세하게 시신경에 영향이 가서 그렇다고 했다. 운이 나쁜 케이스라는 말도 덧붙였다. 수치가 너무 높았기에 빨리 내리고 싶었을 뿐인데 눈이 안 좋아지다니. 무조건 빠르게 내리는 것이 다 좋은 게 아니었다. 뭐든 ‘천천히’ ‘차근차근’ 이란 말이 좋은 게 맞았다. 이 말은 질병 관리에도 해당되었다.

 


마른 당뇨라 관리하기 힘들었다. 혈당 관리를 위해서 덜먹으면 수치도 잘 나올 텐데 살이 빠지면 근력이 함께 빠지니 한 번씩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당화 혈색소는 항상 5점대를 유지하면서 지냈다. 안과도 주기적으로 가서 관리하고  일상 속 운동과 식단 관리가 습관이 되어 갔다. 모든 것이 익숙해졌는데 진단이 바뀌었다.  별다른 이벤트 없이 지내고 있었다.  근데 내가 2형이 아니고 이제 1형 당뇨라고 한다. 진단은 케톤산증으로 실려간 응급실에서 검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몇 달 전 일들이 생각났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씩 큰일이 터지기 마련인데 몇 달전에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우울증까지 왔던 거 같다. 극에 달한 마음은 죽어도 되겠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심적으로 힘들어 멘탈이 무너졌다.  그 시기에 잠깐 내려놨던 혈당 관리. 그로 인해 케톤산증으로 응급실에 실려가 입원치료 중 알게 되었다. 씨펩 0.13, 자가항체 양성 69. 1형으로 진단이 바로 바뀌었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최초 당뇨 진단 시 들었던 씨펩수치는 1.5로 인슐린 분비가 되고 있다고 했다. 수치만 알려줬지 다른 설명이 없었기에 넘겼는데. 그때 항체 검사를 했더라면.  당시에도 좋은 수치는 아니었던 걸 알려줬더라면 기저 인슐린을 계속 쓰면서 췌장을 좀 더 보호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모르고 지나친 그 시간이 너무 후회됐다. 병원에서 검사 권유라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몇 년에 시간 동안 췌장을 혹사 시킨 내 자신이 미웠다.  1형 진단을 받고 바로 안과로 갔다. 다행히 망막증이 더 나빠지지 않았다고 한다. 레이저 치료는 하지 않아도 되지만 눈 영양제는 매일 챙겨 먹으라고 약을 처방해 줬다.
불안한 마음에 안과도 갔지만 얼마 전부터 손에 쥐가 자주나 신경과 검사도 받았다. 평소와 다르게 몸에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불안감이 찾아왔다. 당뇨 진단 시 덤덤했던 마음과 달랐다. 혹시 내가 또 무언가를 놓쳐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칠까 봐 조급함이 밀려오는 것 같았다. 검사 결과 말초 신경병증이 아닌 손목터널 증후군이 약간 있다고 의사가 말했다. 심각한 단계가 아니기에 약 먹으면서 관리하면 괜찮다고 했다. 확인을 하고 나니 마음이 놓인다.

 


갑작스럽게 진단 변경이 된 당뇨. 이제는 2형 당뇨환자가 아닌 1형 당뇨환자로 전환되었다. 반갑지 않은 소식이지만 두렵게 느끼지 않으려 한다. 선택하고 고를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단지 아쉬움이 남는다. 남들처럼 열심히 관리했고 최선을 다해 수치를 5.3~5.5로 관리했는데도 불구하고  소리 없이 찾아온 1형 진단.  초기에 검사를 조목조목 받아서 조금 더 빨리 발견했으면 좋았을 텐데. 한 번씩 자기 전 누워서 그때를 생각한다. 한 달 동안 엄청난 스트레스로 우울증까지 찾아왔던 그 시점부터 몸이 급격히 안 좋아진 것인지 생각이 많아진다. 이미 받은 진단을 바뀔 수도 없고 미룰 수도 없다. 2형 당뇨관리와 또 다른 1형 당뇨 관리. 지금은 적응 기간이라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이 생활이 빨리 익숙해져 심적으로 더 편한 날이 오기를 고대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달라진 상황에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려 노력 중이며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생각하는 당뇨 관리는 조급해 하지 말 것.  한 번에 다 바꾸려고 하다 보면 보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 같다. 관리를 하지 않아도 문제가 생기지만 조급한 마음으로 한다면 또 다른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조금 천천히 자기 몸과 타협하면서 서서히 하나씩 관리하는 게 더 좋다. 다이어트도 급하게 살을 빼면 피부도 늘어지고 요요도 빨리 오지 않는가. 똑같다고 볼 수는 없지만 원리는 같다고 생각한다.  인생도 타이밍이듯 관리도 마찬가지다. 속도 유지 필수. 그리고 평생 안고 살아야 할 문제이니 어느 정도 자기 삶과 타협하며 관리를 하는 것이 여러 가지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최고인 거 같다. 모든 대사 관련 질병은 외상과 달리 소리 없이 찾아온다. 지금 괜찮다고 건강하다고 자만하지 말고 정기적인 검진과 관리를 꾸준히 하면서 모두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길 소망해 본다.

 

글 / 당건회원 - 아기밤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