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진단받은 지 벌써 3년이 지났다. 22년도 초여름쯤 받은 건강검진 당시 당화혈색소 6.2로 전단계라고 연락받았다. 나이도 있고 전단계라고 하니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통증 주사가 문제였을까. 7월부터 어깨가 부서질 정도로 아팠다. 정형외과를 방문해 진료를 보고 근육주사를 맞기 시작했다. 통증이 심해 3일 간격으로 주사를 맞고 소염진통제를 매일 먹어야 일을 할 수 있었다. 주사와 약의 힘으로 어깨 통증은 좋아졌지만 몸무게가 빠지기 시작했고 화장실을 너무 자주 갔다. 어깨 통증은 좋아지는데 몸은 자꾸 눕고 싶어진다.힘도 없고 무기력감이 심해져 병원에 갔다. 의사는 일시적 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증상은 보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다. 분명 약 효과가 몸에서 빠져나갔을 시간인데 이상했다.
이번에는 정형외과가 아닌 내과로 발을 돌렸다. 의사와 면담 후 각종 검사를 받고 진료실에서 결과를 들었다. 공복 혈당 268. 당화혈색소 9.8이다. 당뇨라고 했다. 약 3개월 전에 전단계라고 했는데. 지금 9.8이라고 하면서 “당뇨입니다.” 수치가 높다는 의사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뭔가 잘 못 된 건지 아니면 내가 몸에 나쁜 짓을 한 것인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봤다. 진료실을 나왔는데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다. 살면서 남한테 몹쓸 짓을 했나 뭘 잘 못했나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마음은 심란 한데 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에라~나도 모르겠다.” 약이나 잘 먹고 하면 되겠지 하고 두 달을 보냈다. 속상했지만 약만 잘 먹으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뇨를 알기 전까지 사실 모든 질병은 약만 잘 먹으면 낫는다 알고 있었다. 당뇨는 관리하는 질병이지 낫는 병이 아닌데 미쳐 몰랐다.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을 분명 잘 먹고 있는데 증상은 조금도 좋아지지 않았다. 약 먹고 2시간 정도 지나면 몸에 힘이 빠지고 졸음이 쏟아졌다. 손발에는 힘이 풀리고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이런 증상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었다. 약만 먹으면서 보낸 두 달 동안 주변에서는 무슨 죽을 병에 걸린 사람 같다고 했다.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체중이 순식간에 10 키로가 빠져 버렸기 때문이다. 질문이 오면 답은 항상 같았다. 당뇨입니다. 당뇨라고 하네요. 관리를 하고 있냐는 질문에 약 잘 먹고 있다고 대답했다. 대답을 듣던 지인이 안된다고 한다. 당뇨는 약으로만 조절하는 게 아니고 운동을 꼭 해야 된다고 그래야 살 수 있다고 했다. 운동. 그래 일단 해보자 싶어 인터넷을 검색해서 따라 해보고 당뇨 관련 커뮤니티에 가입도 했다. 걷기 운동을 시작하고 커뮤니티에서 식단 관리법도 보고 공부를 했다.
다음 병원 진료 일정 전까지 목표는 먹으면 무조건 운동하기. 아니 움직이기였다. 평소 차를 타고 다니던 거리도 걸어서 움직였다. 매일 평균 10킬로미터는 걸어서 움직였던 것 같다.
식단 관리하는 다른 회원들 밥상을 보면 먹기 전 야채를 필수로 먹는 거 같았다. 좋아 보이는 건 무조건 따라 하고 있기에 야채를 먹기 시작했다. 식사 전 양배추를 배부르게 먹었고 저녁도 6시에 먹고 이후에는 배가 고파도 먹지 않았다. 식단뿐 아니라 회원들이 좋다고 하는 운동, 보조제 등 따라서 하고 먹어봤다. 약도 열심히 먹고 식단 관리도 적응이 되고 걷기에 즐거움을 알아갈 즘 첫 진료 날이 다가왔다. 6.4. 수치가 떨어졌다. 의사는 잘 내렸으니 약을 변경하자며 바꿔줬다. 하늘이 날아갈 것 같았다. 좋아진 결과는 의지를 더 불태웠다. 비가 와서 걷지 못하는 날은 파닭이라는 운동으로 대신하고 스트레칭을 수시로 했다. 이제 와서 보니 살다 운동의 재미와 흥미를 당뇨 진단받고 알게 되다니 아이러니하다.
당뇨 관리도 적응될 무렵 6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커뮤니티에서 연속 혈당기라는 것을 체험하게 되었다. 평소에는 공복, 식후 2시간을 기본으로 체크하고 있었는데 이것은 신세계였다. 하루 24시간 혈당을 알 수 있었다. 컨디션에 따라 움직임에 따라 먹는 음식 등 수시로 알 수 있는 연속 혈당기. 어떤 음식이 몸에 부담을 주는지도 알 수 있고 운동의 강도, 시간에 따라 오르고 떨어짐이 보였다. 연속 혈당기 체험은 행운이었다. 많은 기록을 하고 몸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정보란 혈당 반응이다. 하지만 지금 나에게 이것만큼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그때 수집한 데이터로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단 후 바로 알았다면 좀 더 수월했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다. 연속 혈당기 도움인지 몰라도 당뇨 진단 이후 당화 혈색소가 쭉 5.8~5.3으로 관리되고 있다. 그리고 난 25년 7월부터 단약을 시작했다.
관리를 하고 느껴 보니 당뇨는 나에게 맞는 음식을 찾고 먹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첫 번째인 거 같다. 먹는 방법과 종류를 찾았다면 다음은 본인에게 맞는 운동이다. 운동을 찾았으면 한 가지 운동만 할 것이 아니라 몇 가지 운동을 정해서 돌아가면서 해야 한다. 몸이 익숙해지면 혈당이 쉽게 떨어지지 않으니 긴장감을 주기 위해서다. 같은 운동이지만 바꿔가면서 해야 몸이 기억하지 못하는 거 같다. 순서를 바꾸던지 운동의 강도를 바꿔서 해야지만 효과가 좋다. 처음부터 연속 혈당기를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분명 관리가 좀 더 체계적이고 혈당 반응을 더 빨리 알았을 것이다. 시간이 조금 아깝지만 모든 일에는 시행착오가 있기 마련이니 괜찮다.
마지막으로는 생활 습관이다. 이것은 개인별 차이가 있으나 내 습관은 이렇다. 참고만 하시길.
1.아침에 일어나 올리브오일 한 숟가락 또는 날 계란 한 개 먹기.
2.거꾸로 식사법 이용. 야채는 돌아가면서 먹기.
3.걷기이다. 생활 속에서도 꾸준히 걷는 게 포인트다.
4.근력운동은 필수. 특히 하체운동.
5.피해야 할 음식을 먹었을 때는 식초물 마시기
(주의 사항이 있으니 알아보시고 드시길 추천)
6.운동 여건이 안 되는 공간이라면 서서 뒤꿈치라도 들고 서서 움직이기.
7.저녁 식후에는 먹지 않기. 물 이외는 안 먹음.
8.밥 먹으면 바로 움직이기. 걷기, 근력운동 등 본인의 소화 시간에 맞춰 반드시 움직이기.
사람마다 개인 사정이 다르고 효과도 다르다. 하지만 본인만의 규칙을 만들고 지키는 습관을 만든다면 분명 좋아진다고 믿는다. 당뇨를 진단받았다면 먹고 운동에만 집중하지 말고 본인인 몸에 맞는 음식과 운동법을 기록하고 본인의 데이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스스로 경험하고 만든 데이터는 몸을 관리하고 지키는 열쇠가 될 것이다.
글 / 당건회원 - 크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