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대 초반, 40대가 되었다. 매년 하는 건강 검진에서 재검을 받으라는 연락이 왔다. 매년 받아 왔지만 한번도 이런적이 없었는데 걱정과 두려움이 앞선다. 순간 눈 앞에 아이들이 스쳐갔다. 혹시 위장 내시경에서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일까. 아니면 암 세포 같은 것이 발견 되었나. 오만가지 상상으로 걱정을 한가득 메고 병원을 찾았다.
도착한 병원에서는 혈당이 높게 나왔다며 당 부하 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간호사가 유리컵을 건네줬다. 유리컵 안에는 설탕물 같은게 담겨 있었고 마시고 30분 간격으로 혈당을 측정했다. 이렇게 마시기만 하고 검사는 끝이 났고 의사는 “당뇨입니다. 앞으로는 혈당 관리를 해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다행이 초기라는 말을 덧 붙였다. 오히려 암이 아니라는 것이 고마웠고 당뇨인것이 감사하게 느껴져 안도감 마저 들었다. 감사 한 마음도 잠시 속으로 드디어 ‘올것이 왔구나.’ 싶었다.
사실 큰형님이 이미 당뇨판정을 받고 인슐린 치료를 하고 계셨다. 가끔 시골에 계시는 큰 형님 집에가면 식사 후혈당 체크를 해주시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형님은 고개를 갸우뚱 거리시곤 했다. 하지만 매년 하는 회사 건강 검진에서 는 당뇨 이야기를 들어 본적이 없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공복 혈당은 정상이었던 것이다. 그때는 몰랐다. 공복 혈당은 식후 혈당이 악화되고 난 뒤에 마지막에 나빠진다는 것을. 지금 관리하면서 느낀 것도 있다. 공복 혈당은 식후 혈당이 꾸준히 좋아져야 낮아 진다는 것을. 어쩌면 이 공식은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병원에서 한 당부하 검사가 식후 혈당 측정이었다.
당뇨를 진단 받았을 당시만 해도 당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별로 없었다. 정보도 많지 않았으며 특별히 알려주는 곳도 없었다. 동료들에게 당뇨 진단을 받았다고 이야기 해도 별 것 아니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그저 40대가 되면 누구나 당은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고. 그런 말을 들어도 답답해질 뿐 찜찜한 마음에 혈당측정기를 구매했다. 사놓은 혈당기는 50개 스트립의 유통기간이 지나도록 열개도 쓰지 않았다. 당뇨 개선을 위해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는 않았지만 운동을 좀 더 하려고 나름 노력은 했다.
그러다가 해외 주재원 파견을 받았다. 법인장으로 나가니 방도 따로 하나 주고 경기가 좋아서 매월 목표를 달성 하니 딱히 한 일도 많지 않았다. 무료한 시간을 달래 보려고 인터넷으로 당뇨를 검색을 했다. 검색하다 알게 된 당뇨카페. 스마트 폰 도 없는 시절이라 인터넷 이용은 컴퓨터로만 가능 했다. 카페에 하루 종일 올라오는 글들을 읽었다. 글을 정독 하다보면 지금까지 당뇨에 대해서 너무 무지했음을 깨닫기도 했다. 의사가 권한 약은 당뇨 약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으로 처방을 많이하는 메트로포민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거부를 했었다. 카페를 통해서 보니 약이 처방받고 싶어져 병원을 찾아갔다. 한국과 달리 GP를 통해서 내과 스페셜리스트에게 갸야 했다. 예약하고 한달을 기다린 후에야 진료를 봤다. 역시나 한국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약을 처방 받았다. 단단히 관리를 하겠다고 마음 먹고 갔기 때문에 의사에게 인슐린을 처방해 달라고 했다. 초속형과 란투스까지 다 달라고 했지만 의사는 아직 운동과 식이로만 관리해도 되는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이미 마음을 굳게 먹었기에 기어이 처방전을 받아서 나왔다. 약국을 찾아서 인슐린을 구매하고 관리를 시작했다.
공복과 식후 혈당만 보고 관리했는데 너무 안심하고 있던 걸까. 모처럼 한 검사에서 당화혈색소가 9.5가 나왔다. 다시 란투스를 추가하고 옵션으로 운동도 추가해줬다. 조금씩 내려오는 혈당들은 다시 7.5가 되었지만 혈당 추적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연속 혈당기를 사용해보자. 마치 범인을 쫓는 형사처럼 원인과 증거물을 찾기 시작했다. 원인을 가장 쉽고 빠르게 찾는 방법은 연속 혈당기 뿐. 사용 기간이 2주 밖에 안되는데 100불이면 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속 혈당기를 두고 갈등하는 동안 재미있는 기사를 봤다. 애완용 강아지도 당뇨에 걸린 다는 것. 강아지 당뇨 관리를 위해서 연속 혈당기를 채운다는 기사 내용이었다. 속으로 혼자 말을 했다. 애완용 강아지도 착용 한다는데 사람인 내가 이것도 착용을 못 한단 말인가. 당장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다. 오늘도 당뇨로 인한 지출이 늘어났다. 건강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지만 우스개 소리로 당뇨는 부자 병이라는 말. 공감한다. 부자들만 걸리는 병이 아니고 당뇨를 편하게 관리하려면 부자가 되는 것이 빠를 듯 하다.
글/ 당건회원 - 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