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말쯤 국가 검진을 받았다. 검진 결과에서 공복이 242. 가늠이 안 왔지만 꽤 높은 수치라고 당뇨가 의심되니 2차 검진을 받으라는 의사 소견이 나왔다. 2차 검진받기 전까지 정보를 찾아 며칠 식단도 조절해 봤다. 그 며칠로 인해 당뇨 진단은 바뀌지 않았다. 2차 검진 결과는 예상보다 높았다. 당화혈색소 8.1. 식단 며칠 한다고 좋아질 수치가 아니었던 것이다. 무지했다.
첫 선생님과의 진료 시 했던 질문이 아직도 생생하다. “선생님. 당뇨약은 한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데 식단과 운동 관리로는 안되는 건가요.” 수치가 높지만 당뇨 약에 대한 편견이 있던 건지 거부감이 들었다. 선생님은 차분히 말씀하셨다. “지금 수치가 높은 편입니다. 약은 무조건 드시는 편이 좋을 듯 합니다.” 상담은 이렇게 끝이 났고 약을 먹는게 좋다는 선생님의 의견에도 처방을 받지 않았다. 병원을 나와 돌아오는 길에도 집에서도 고민의 연속이었다. 당뇨 약을 먹어야 한다는 거부감은 없어지지 않았다. 당뇨에 대해서 잘 알지 못 했기에 유튜브도 찾아 보고 당뇨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다. 당뇨와건강 이라는 카페도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의 경험담과 관리 글들이 있었다. 거기에는 우리가 당뇨하면 떠오르는 당뇨발, 실명, 신경병증에 관한 글도 여러개 보였다. 합병증이 온 사람들도 있고 건강하게 잘 관리하고 있는 회원들도 많았다. 하지만 합병증에 관한 글을 본 이상 덜컥 겁이났다. 무섭기도 했다. 혹시 나도라는 생각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 생각의 끝은 내 발 걸음을 병원으로 향하게 했고 선생님과 다시 상담 후 약을 처방받았다.
약을 복약 하면서 카페에서 다른 회원들의 글을 보고 식단과 운동을 참고하며 관리를 하기 시작했다. 식단으로 자연스레 73kg던 체중은 60kg 되었다. 다이어트가 아닌데 타이트한 식단 관리로 체중이 빠지니 또 다른 고민이 늘었다. 거울 속 비춰지는 모습이 너무 초라해 보였다. 이러다 마른 당뇨가 되는 건 아닌지.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숙제가 생기는 기분이다.
쉽지 않은 당뇨관리에 지칠 무렴 경사가 생겼다. 1년이란 시간이 지나니 혈당도 안정적으로 유지가 되니 복합제에서 단일제 약으로 변경되었다. 좋아진 결과에 주변에서도 축하가 이어졌다. 이게 뭐라고 기분이 날아갈 것 같고 상받는 기분까지 들었다. 그동안 관리에 대한 보상 받는 느낌이었다. 평생 먹어야 될 것이란 생각과 다르게 약도 줄이고 하니 욕심이 생겼다. 카페에 종종 올라오는 단약 소식. . 카페에 단약을 한 회원들을 보면 부러웠다. 단약이 하고 싶어졌다.
어차피 나이들면 관리도 힘들텐데 그땐 하고 싶어도 관리가 힘들것이란 생각. 싫어도 먹어야 하는 약일텐데. 그 전까지만이라도 이렇게 관리 한다면 약 없이도 버티는게 가능 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병원가는 날 선생님께 제안을 먼저했다. 혈당 관리가 잘 되고 있으니 단약하고 싶다고. 괜시리 심장이 요동치고 떨리기 시작했다. 잘 못 한 것도 없는데 결단을 두근두근 한 마음으로 대답을 기다렸다. 눈과 귀는 이미 선생님의 입으로 향해 있었다. 예상과 달리 선생님도 그러자고 흔쾌히 수락했다. “지금 먹는 멧폴민은 혈당수치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으니 관리를 열심히 해보세요.” 기쁨 마음도 들었지만 한편으로 서운함도 올라왔다. 먼저 이야기 하기 전에 단약해 보자고 제안해보시지라는 생각에 섭섭함까지 밀려왔다. 그렇게 단약이 시작 되었다. 이후 당화혈색소는 5.6전후에서 조금 오르긴 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약을 먹지 않는다고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단약 한지 1년 9개월이 지난 지금도 유지는 잘 되고 있지만 최근 고민이 깊어진다. 다시 약을 복약 해볼까? 단약을 유지 할까? 이유는 단 하나. 점점 빠지는 체중으로 마른 당뇨형으로 바뀌고 있었다. 식단에 탄수화물 양을 조금만 늘려도 안정적이던 혈당은 춤을 추고 올라 버리는 혈당. 체중을 좀 늘려야 근육 늘리는데 도움이 되는데 혈당 관리로 체중을 늘리기란 쉽지 않았다. 탄수화물을 늘리고 운동으로 혈당을 잡는 것도 혈당 스파이크를 잡는 것도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니 매일 매끼니가 바쁘다. 당화혈색소는 잘 관리되고 있지만 늘린 탄수화물로 혈당스파이크가 일어날까 불안하기도 하다. 혈당 스파이크로 인해 혈관이 망가지는게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이런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괜시리 발끝이 따끔따끔 거리는 거 같고 시야가 흐려지는 기분까지 든다. 여러가지 이유로 약을 다시 복약해야 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식단과 운동으로 혈당만 잘 관리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당뇨라는 친구는 평생 동반자라고 하더니 날 고민스럽게 만드는 친구가 되어버렸다. 고민을 마구 던져주는 당뇨. 연애 시절에도 이렇게 고민을 많이 했나 싶은 생각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
당뇨를 관리하고 계신 모든 분들도 복약과 단약 사이에서 같은 고민을 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을 같이 고민하고 나눌 수 있어 조금의 위안이 된다. 추후 어떤 선택을 하든 당뇨는 관리만이 답이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단약유지와 복약이란 저울 위에서 갈등 중이다.
글/ 당건회원 - 찐구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