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서 갑자기 이상 신호를 보내왔다. 살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증상들. 화장실을 자주 가고 갈증이 계속 났다.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는데 거품도 많이 나왔다. 눈도 뻑뻑하고 너무 피곤함. 갈증의 정도는 그냥 목마름 정도가 아니라 물을 마시는 중에도 계속 물을 찾고 싶을 정도로 목이 타들어 갔다. 영화 연가시가 연상되면서 순간 무섭기까지 했다. 화장실은 자주 가는 건 물을 많이 마시고 있으니 당연한 거로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거품이 더 눈에 신경 쓰였다.
눈 뻑뻑함은 흐릿함까지 동반되었고 피로감은 극에 달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지치고 어디든 그냥 눕고만 싶어졌다. 식사만 끝나고 나면 식곤증으로 자기 바빴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이건 다갈. 다뇨. 증상이었고 당뇨라는 검색어가 따라왔다. 처음에는 그냥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그렇게 싫어하는 병원을 방문했다.
진료 후 검사를 하고 기다렸다.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우듯 아무것도 아닐 것이라고 중얼거렸다. 생각은 틀렸다. 검사 결과 공복 혈당 179. 당화혈색소 10.5, 평균 혈당 255라고 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간 수치도 약간 높고 콜레스테롤도 포화 상태라고 했다. 여기까지가 병원에서 들은 첫 진단 내용이다.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으로 병원을 나왔다. 좌절감이 몰려왔고 왜 나인가 싶었다. 혹시나 지금까지 앉아서 했던 일들이 당뇨라는 병으로 돌아온 건 아닌지. 세상 모든 병명은 나를 지칭하는 것 같았고 무서운 생각마저 들었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은 후회감이 몰려왔다. 이런 생각은 일주일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몸을 관리하겠다고 직장도 그만뒀다. 처방받은 약은 멧폴민 1000이었다.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당뇨에 관련해 인터넷 검색을 했고 정보를 얻었다. 당뇨와건강이란 카페를 알게 되어 가입했다. 카페에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들과 경험담이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 당뇨 유형이 많은가. 당뇨는 그냥 단순히 당뇨라고만 생각했는데. 1형 당뇨. 2형 당뇨. 임신성 당뇨. 내당능. 공복혈당장애. 종류도 원인도 다양했다.
카페에서 수치를 공유하고 혈당을 올렸다. 누군가는 응원과 박수를 보냈고. 다른 누군가는 당뇨 진단이 오진일 수 있다 다시 검사를 해보길 권유하기도 했다. 그리고 체중 감량을 좀 해보고 다시 검사를 받아 보라는 조언도 있었다. 내 첫 진단이 오진이든 당뇨이든 상관없다. 공복 혈당이 이미 높은 수치를 나타낸 이상 난 그냥 당뇨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만약 체중을 줄이고 잠깐의 조절로 검사 결과가 바뀐다고 해도 변하는 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건강했다면 첫 검사 시 저런 수치는 나올 수 없었을 테니.
철저한 식단 관리와 운동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처음 두 주 동안은 탄수화물을 거의 먹지 않고 야채와 고기 해산물 위주로 먹었다.... 탄수화물 제약 때문인지 약 부작용인지 어지럼증이 심각해서 병원을 찾았다. 선생님과 짧은 상담으로 약을 반으로 쪼개 먹기로 했다. 혹시 탄수화물 제약 때문인가 싶어서 다시 서서히 늘려 보기도 했다. 300그램을 하루 세 번 나눠서 먹어봤다.
어지럼증은 덜 했지만 앉았다 일어나면 핑 돌면서 어지러운 건 마찬가 지이었다. 병원에 다시 방문하니 약이 500으로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어지럼증은 바뀌지 않았고 세상도 돌고 나도 도는 느낌이었다. 선생님은 아예 약을 먹지 말아 보자고 했다. 일주일만 지켜보자고 하시더니 혈당이 좋다고 약을 먹지 말자고 말씀하셨다. 조금 당황스럽지만 선생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첫 진단 받은 날부터 실내에서 유산소 운동으로 30분씩 자전거를 타고 식후 근력 운동으로 스쿼트를 30개씩 해봤다. 그 결과 4주 만에 몸무게가 5킬로가 빠졌다. 체중감량으로 기쁨도 잠시 초반에 잘 빠지던 몸무게는 정체기인지 더 이상 미동이 없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야외에서 매일 5천 보씩 걷기 시작하자 미동 없던 체중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혈당 관리를 하면서 위에 말했던 다뇨 다갈 증상은 다 사라졌다. 오히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컨디션이 좋았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다. 체력도 좋아졌다. 당뇨를 진단받고 세상이 무너질 것 같았는데 이게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건 아닌지 싶다.
한 번도 몸을 돌보면서 살아 본 적 없는데. “ 넌 이제 몸을 챙기면서 건강하게 살아.”라고 신이 보낸 신호탄이 아닐까 싶다. 당뇨와건강 카페를 알고 정보도 얻었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를 배우고 응원들이 있어 외롭지 않고 힘이 났다. 혼자였다면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자책하며 스스로를 갉아 먹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누군가 응원과 메시지가 원동력이 되고 희망적인 불빛으로 바뀌기도 한다.
글/ 당건회원 - 김시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