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고맙습니다.
작성일 : 2025.04.01 23:30

몇년 전 친한 직장 후배가 당뇨에 걸렸다. 후배는 평소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고 술을 좋아했다. 술 한잔 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무척 즐거워 했다. 운동도 안하고 술을 그리 먹는데도 당화혈색소 7점대를 유지하는 거 보면 약빨이 잘 받는 친구인가 보다. 사실 이 친구가 항상 7점대를 유지하는지 관심도 없고 궁금하지도 않았다. 다만 이 친구가 건강을 해칠까봐 간혹 술 조금만 먹으라는 말 정도만 했다. 가끔 술이 먹고 싶다고 하면 한잔씩 같이 먹어주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에게도 당뇨가 왔다. 걱정스레 이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당뇨에 관해 이것 저것 물어봤다. 돌아오는 답은 간단했다. “요즘은 약이 좋아서 약 잘 먹고 그저 일반인하고 똑 같이 생활하면 된다.” 당황스러움에 스스로 공부를 시작했다. 병원의 의사들도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말 밖에 안해줬다. 식단 잘 하시고 운동 꾸준히 하라는 말. 


일단 혼자서 이런 저런 정보도 검색하고 당뇨와건강이란 당뇨카페도 알게되었다. 카페에 가입해서 이런 저런 조언들을  구하고 다른 회원들의 식단, 운동 패턴을 봤다. 도움이 많이 되었다. 혈당 측정기라는 장비도 준비했다. 정상 혈당범주 안에 들기 위해서 최대한 탄수화물을 조심하고 빵, 떡, 밀가루 등 정제된 탄수화물을 자제했다. 물론 한번씩 떡볶이를 먹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식사가 끝나면 운동은 빼먹지 않고 꼭 했다. 운동이 아니라도 눕지 않고 움직였다. 


시간이 흘러 검사를 하러 병원에 갔고 결과를 친구에게 알려줬다. 틈틈히 운동하고 운동을 못 하더라도 시간이 날때 마다 움직였다고. 그리고 술 담배를 안하니 당화혈 수치가 낮아졌다고 말해줬다. 이런 결과와 과정을 꾸준히 친구에게 말해줬다. 큰 반응은 없었다. 


 하루는 산에 갔다.  등산을 하던 중 이 친구를 만났다. 무척 놀라고 당황스러웠다. 어쩐 일 이냐고 물었다. 운동과 거리가 멀던 친구이기에 이런  질문이 자연스레 나왔다. 친구는 날 보고 따라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운동 한번 안 하던 친구였는데. 산에서 내려 온 다음부터 식후 혈당을 내리기 위해서 운동을 같이 했다. 뭔가 전우가 생기고 내가 전우가 되어 준 느낌이었다. 즐겁기도 하고 외롭지도 않고 친구에게 도움이 된 거 같아서 뿌듯하기도 했다. 
 

어느날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수화기 넘어 목소리는 엄청 신이나고 들떠 보였다. 당화혈색소가 처음으로 6대가 나왔다는 내용이었다.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이 친구에게 수고했다. 잘 했다고 대단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랬더니 도리어 나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건낸다. 내가 있어서 가능 했다고. ​그렇다. 혼자라면 사실 실천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이 친구에게는 분명 전우가 필요했던 거 같다. 함께해서 더 힘이나고 함께해서 외롭지 않았던 것이다. 앞으로 이 친구가 어디까지 당화혈색소를 내릴지 모르겠지만 마음 속으로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운동은 열심히 하지만 술은  아직 끊지 못 하는 이 친구. 많이는 안 마셔도 금주를  못 해서 걱정이다.  앞으로 건강해질 이 친구를 위해서 오늘도 금주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건 행복 한 일이다. 그게 당뇨 관리 일지라도. 외롭지 않게 용기를 잃지 않게. 그리고 당뇨 관리는 꾸준함이라는 것도.


글/ 당건회원 - 티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