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당뇨 있으세요?
작성일 : 2025.04.07 16:18

8월의 햇살은 유난히 뜨겁다. 친구와 아르바이트 가는 날. 도착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부지런히 땀을 닦으며 걸어갔다. 환승 구간이 유난히 긴 노원역이 원망스럽다며 “아오~.” 투덜거리며 걸어갔다. 터널 같은 환승 구간에 에어컨도 가동을 하지 않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주저앉아있고 두 분이 서있다. 지나쳤다.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서있던  두 명이 자리를 떠났다. 걸음을 멈추니 친구가 이제 10분 전이라고 말한다. 들리지 않은 듯 아주머니한테 걸어갔다. “아주머니 괜찮아요.” 물었지만 입술이 심하게 떨리고 식은땀으로 옷은 이미 젖어 있었다. 연이어 아주머니에게 물어봤다. “혹시 당뇨 있어요?.” 고개를 끄덕인다. 가방에 포카리가 있다고 했다. 가방에서 음료수를 꺼내서 살짝 넣어드렸다. 짧은 순간이지만 스스로 저혈당 이라고 판단했다. 아주머니에게 저도 당뇨 환자다 설명하고 혈당 체크를 한번 해보자고 했다. 채혈하고 확인을 했다. 혈당기 속 숫자는 290. 순간 멍했다.

 

당뇨에 대한 지식도 깊지 않고 그저 내가 관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저혈당 이라고 판단한 거구나. 이제 먹었는데 길어야 3분 남짓인데 이렇게 급하게 오를 수는 없었다. 마음이 요동쳤다. 사실 무섭고 두려웠다. 섣부른 판단으로 내가 더 큰 재앙을 불러 온건 아닌지. 아주머니는 점점 힘이 없다. 힘들면 그냥 바닥에 누우시라고 말하고 눕혔다. 119에 신고를 하고 상황을 설명했다. 출동 차가 없어서 다른 지역에서 출발하니 15분 정도 걸린다고 했다.
다급한 마음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역무원 좀 불러주세요.” 역무원이 오면 지금 느끼는 무서움과 두려움이 좀 사라질 거란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쳐갔고 몇 분만 왜 그러냐고 신고했냐고 물어봤을 뿐. 친구와 계속 아주머니 팔 다리를 주무르고 부채질을 해주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주머니 몸이 더 심하게 떨려온다. 내 불안감도 극에 달했다. 불안한 마음에 자녀분 연락처를 물었지만 딸이 임산부라 연락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말이 어눌했지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자식 걱정하는 엄마 모습에 마음이 더 아파진다. 본인이 이리 힘든데 놀랄 자식을 더 걱정하는 부모 마음에 눈물이 났다.

 


 보호자 없이 병원으로 갈 수 없기에 아주머니 핸드폰으로 따님께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을지병원으로 부탁한다고 했다.
그 사이 119대원들이 도착했다. 신고할 때 상황 설명을 했지만 다시 물어왔다. 당뇨 환자인 거 어떻게 알았고 혈당 체크는 어떻게 한 것인지.
최초 증상은 어땠는지. 덤덤하게 말했다.
“저도 당뇨 환자에요. 혈당기를 항상 들고 다녀요.” 대원들은 다시 혈당을 체크하고 혈압을 체크하셨다. 간이 침대로 옮겨진 아주머니는 여전히 떨었고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아주머니 땀과 눈물을 닦아주면서 괜찮다고 병원으로 가니 깐 걱정 말라고 울지 말라고 조심히 가시라고 말했다.
눈물을 흘리시며 헛구역질 하시는 아주머니는 119 간이 침대에 누워 멀어지셨다.
 

 

멀어져 가는 아주머니를 보면서 내 몸도 쉼 없이 떨리고 식은땀이 흘렀다. 무서웠다. 눈물이 났다. 무심하게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서운함이 느껴졌고 화도 났다. 나도 저렇게 쓰러지면 무관심 속에서 의식이 없어지면 어쩌지. 두렵다. 내가 당뇨 환자라는 게. 119 대원들이 와서 아주머니 데리고 돌아간 시간은 20분. 역무원은 상황이 끝이 나고  왔다. 따지듯이 물었다. 왜 이제 오시냐고. CCTV를 보시다 놀라서 뛰어오셨다고 했다.

 


  아. 아무도 신고해 주지 않았구나. 원망스럽고 씁쓸했다. 과연 내가 오늘 잘 한 일 일까. 물론 신고하고 아주머니 돌봐준 건 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사도 아닌데 섣부른 행동으로 판단 한 건 아직도 후회가 남는다. 잘 못 된 건 아닌지 두려웠다. 얄팍한 지식으로 더 큰 문제를 만든 것은 아닌지. 만약 아주머니가 저혈당이 맞았다면 내가 맞았구나. 역시 내 판단이 옳았다고 자만스러워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다. 어느 무더운 여름 날 되니 아주머니 소식이 궁금해진다.

 

글/ 당건회원- 미샤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