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당뇨와 만남은 16년도다. 건강검진에서 공복 혈당 235로 당뇨가 진단 되었다. 고도비만이었던지라 120킬로에서 70킬로까지 감량했다. 살면서 이렇게 열심히 살을 빼본 건 처음이다. 노력이 가상한지 초기에만 약을 먹고도 식이와 운동만으로 당화혈색소 4.8을 유지하면서 지냈다. 다들 날 보고 완치에 가까운 근치라고 했다. 공복 혈당은 항상 80대 식후 혈당은 일반식을 먹어도 남부럽지 않는 100 정도. 스스로도 이제 당뇨는 안녕인가 싶을 정도로 안정적이었고 변함이 없었다. 점점 혈당 체크와 멀어졌다. 그렇게 5년은 근치로 살았다. 역시 당뇨는 완치가 없다. 근치일 뿐. 근치도 평생 가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항상 숨 가쁘 즐겁게 살았는데 나 또한 코로나는 피해 갈 수 없었다. 사업이 어려워지기 시작했고 복구하려고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코로나 핑계로 넋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전 재산이 눈앞에서 사라져 가는데 건강관리라는 이유로 몸을 돌볼 여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복구하고 싶었다. 도망가는 걸 어떻게든 잡고 싶었다. 잡으려 애를 쓰고 발버둥을 쳤다, 그럴수록 몸은 망가져갔다. 스트레스로 인한 폭식 음주 불면증. 온갖 스트레스로 오는 병명이 사업 실패와 함께 따라붙었다. 이런 생활이 6개월이 지속되었다. 주변에서 쓰러진다고 했지만 들리지 않았다. 살이 찌기 시작했고 체중은 110킬로를 향했고 혈당 또한 당뇨를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몸은 신호탄 터지듯이 건강 악순환이 시작되었고 정신적으로는 사업 실패라는 좌절감과 패배감이 소리 없이 찾아왔다. 혼자 살다 보니 더 엉망인 생활들. 주변 지인들의 말처럼 예고된 사람처럼 1월에 쓰러졌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처럼 119에 실려갔다. 급성 당뇨라고 했다. 삼 일을 혼수상태 후 깨어나 일주일을 병원에서 더 보냈다. 당화혈색소 15.7었다. 내가 누워 있는 곳은 일반 병실도 아닌 중환자실. 누워있는 순간 만큼은 날아간 전 재산도 좌절감도 실패감도 느낄 수 없었다. ‘이제 죽는구나.’ 이 생각만 들었다. 중환자 격리실이 주는 위압감은 대단했고 무서웠다. 옆 침대에 있는 환자는 당뇨 합병증으로 다리를 절단했다고 들었다. 나도 어디 하나 절단하고 신장이 망가진 건 아닐까. 코로나로 격리실에 있으니 무서운 생각뿐이다.
어쩌면 후회와 자책의 시간이 맞는 듯하다. 타는 듯한 갈증을 느꼈고 다뇨 증상으로 당뇨가 오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모른 척한 죗값이라고 하기에는 가혹했다. 이렇게 3일 혼수상태로 보내고 7일 동안 인슐린 치료를 하고 퇴원을 했다. 퇴원하면서 당당하게 걸어서 나가고 싶었는데 고혈당으로 근육이 많이 빠져 다리에 힘이 없다. 걷고 싶었지만 휠체어를 타고 퇴원을 했다. 걸으려고 노력했다. 아니 걷고 싶어서 죽을힘을 다해서 움직였다. 6개월의 기나긴 혈당과 나 자신의 싸움으로 혈당은 안정적이고 다시 단약을 했다. 단약의 1등 공신은 체중 감이다. 내 노력과 의지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주말에는 가까운 산에도 가고 밥을 먹으면 혈당 털기를 한다. 우습지만 개다리 춤으로도 혈당이 팍팍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상상도 해본다.
요즘 가끔 야식 먹고 간식도 먹지만 운동만큼은 철저하게 한다. 사라진 근육 찾기는 현재 진행 중이다.
마지막으로 누군가가 당뇨가 다시 찾아와서 불행하냐고 힘드냐고 물어본다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망가지고 죽을 뻔한 인생. 밑바닥까지 내려간 나에게 하루하루 긍정적으로 살 수 있게 만들어준 원동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글/ 당건회원- 다이하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