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의 첫 일기
작성일 : 2025.04.24 00:51

  결혼 1년 차 새신랑이지만 당뇨 판정을 받아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아직 신혼이고 30대인데 당뇨라니. 6년 전 통풍을 진단 받은 적이 있는데 통풍이 발단이 된 게 아닐까 싶다. 최근 통풍과 유사한 통증이 느껴져 병원을 내원해 피 검사를 받아 봤다. 요산 수치가 올라간 건 맞는데 하시면서 선생님은 말을 이어갔다. 정형외과 담당이라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공복 혈당 수치가 높으신데 괜찮으냐고 물었다. 회사 건강검진 때 별다른 이상 소견을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진료실을 나와 요산 수치 조절하는 한 달분 약을 처방 받고 다음 피 검사 예약을 하고 왔다. 공복 혈당이 150이라고 했으니 음식을 좀 가려보면 되나 싶었다. 곧 장 집으로 와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조금 변경했다. 문제는 그날 밤부터 시작되었다. 평소와 다른 극심한 갈증과 화장실을 반복적으로 다니기 시작했고 자다가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화장실을 다녔다. 날씨가 더워서 잠을 못 자고 하니 더위를 먹었나?. 왜 이러지 싶었다. 몸은 천근만근인데 잦은 야근과 극심한 스트레스로 헛구역질까지 보태졌다. 단순히 과중 된 업무로 인한 증상이라 생각했다.

 

 

  몸이 피곤해서인지 한 달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요산 수치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병원에서 채혈하고  기다렸다. 진료실에 들어가니 선생님은 놀란 표정으로 날 응시하며 물었다. “오늘 공복에 오신 거 맞죠?.” 공복 혈당 400인데 괜찮으냐 물었다. 생각해 보니 토마토 주스를 조금 마시고 왔다고 답했다. 이런 수치가 나올 수 없는 것인지 당장 응급실을 가야 한다고 했다. 요산 수치는 정상인데 이게 문제가 아니다. 본인은 내과 담당이 아니지만 빨리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채혈 한 혈액을 맛보면 설탕물이나 다름없다며 진료실에 있는 날 그저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400이란 수치가  얼마나 심각한 건지 모른 체 동네 내과를 방문했다. 결과를 확인하러 진료실에 들어갔는데 반응이 같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 한다. 갑자기 마음이 이상하고 긴장감이 맴돌았다. 내과에서 의뢰서를 받아 대학병원 접수를 했다. 또 다시 시작된 검사. 기본 검사부터 시작이라고 하면서 키와 몸무게를 체크했다. 88킬로다. 일주일 만에 10킬로나 빠져있었다.짧은 기간에 10킬로가 빠질 수 있나. 큰 병에 걸린 것인가 걱정이 앞섰다. . 복잡한 검사가 끝나고 교수를 만났다.

 

 

  정형외과, 내과를 거쳐 대학병원까지. 교수는 짧게 이야기했다. “수치가 너무 높아 입원하셔야 합니다.”  바로 입원을 결정했고 당뇨 합병증 검사도 받고 인슐린펌프라는 것도 달았다. 불행 중 다행인 건지 합병증에 대한 이상 소견은 없었다. 교수님은 며칠 혈당 수치를 보시더니 식후 혈당 안정화 되지 않아 입원 기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겠다 말씀했다. 회사에 복귀를 해야 하는데 무슨 방법이 없을까 불안해졌다. 고민에 빠진 나에게 아내가 야채를 먼저 먹고 밥을 먹어 보는 건 어떠냐고 의견을 제시했다.  다음 식사 시간부터 드레싱 없이 야채를 한 접시씩 먹고 병원에서 나오는 밥은 1/3만 먹기 시작했다. 인슐린을 맞으면서도 식후 200 후반으로 나오던 혈당이 200 아래로 떨어졌다. 신기했다. 문제점을 찾고 답을 알게 된 기분이었다. 아내도 같은 마음이었다. 병원을 나가서도 이제 ‘난 채식주의자가 되는 거야’ 다짐했다. 퇴원은 예정이던 일주일이 지나고 며칠 더 있다가  할 수 있었다. 퇴원 시 인슐린 주사는 피하고 싶었는데 약,인슐린이 처방 되었다. 하루에 한 번 지속형 인슐린으로 24단위, 식전으로 하루 세 번 각 18/13/15 단위다. 막상 집에서 직접 맞으려니 덜 덜 덜 손이 떨려온다. 생각보다 두렵고 무서웠다. 매번 주사 맞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눈이 찡그려졌다.

 

 

  인슐린을 열심히 맞고 관리도 하고 있지만 음식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식단은 쌀과 보리를 섞어 1/4공기, 반찬은 야채, 단백질은 소량의 소고기나 두부 생선으로 채워서 먹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식단 관리를 했지만 추가된 것은 또 있었다. 헬스 등록하고 PT 수업도 결제했다. 인슐린, 약 중단이라는 목표와 함께. 매일 유산소를 하고 근육통이 올라와도 웨이트를 했다. 의욕이 앞선 것인지  부작용이 발생했다. 인슐린을 맞으면서 식사 양을 과하게 줄여 빈혈이 생겼나 싶을 정도로 어지럼증이 생겼다. 하나의 답을 찾으니 다른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탄수화물을 늘려야 할 것 같아서 밥 양을 늘리니 괜찮아졌다. 욕심이 화를 부른 것 같았다. 퇴원하면서 연속 혈당 기기를 부착하고 나왔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어지러움, 저혈당 같은 이상 신호가 있을 때마다 바로 체크해서 알 수 있었다. 음식 먹고 올라가는 혈당 추이 체크 시에도 그래프로 반응이 보이니 가려야 할 음식, 양 조절이 수월했다. 연속 혈당 기기를 만지면서 이건 “신의 한 수다.”라고 외쳤다. 물론 간이 채혈 기와 비교해 보면 편차가 있었던 게 아쉽긴 했지만 좋았다.

 

 

 퇴원하고 집에서 관리 이 주가 지나 병원으로 향했다. 피 검사 후 교수님은 웃으면서 “약속 지키셨네요?. 관리를 잘 한 거 같다며.” 칭찬에 이어 결과를 읊어주었다..첫 진단 10.5->8.2. 콜레스테롤 수치 하락, 혈압 정상 이라고 기뻐하시며 말을 이어가셨다. 이대로 잘 관리할 것이라고 믿고 두 달 뒤에 보자 하시며 교수님도 인슐린 주사 끊는 게 목표라고 했다. 나가려니 한마디를 더 하셨다. “근육통이 심할 정도로 운동을 하시나 봐요..” 말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알았냐고 되물었다. 피 검사에는 모든 게 다 보인다며 활짝 웃으며 인사를 건네셨다. 별일이다. 피 검사 하나로 운동하는 게 보인다고 신기한 일이다. 수치가 내려가서 그런지 몸이 가볍다. 마음이 가벼운 건지도 모르겠다. 아내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했다. 겨우 이 주일이지만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 갈 길이 멀지만 식단과 운동은 꾸준히 할 것이다. 운동이 늘어난 만큼 인슐린 맞는 단위는 낮아지고 식단을 잘 지키는 만큼 혈당도 낮아졌다.

 

 

  바쁘다는 얄팍한 이유로 스스로 관리하지 않았던 자신에게 화도 나고 절망감도 있었지만 든든하게 도와주는 아내에게 제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런 마음을 담아 위기를 기회로 생각하기로 했고 관리하고 관심을 갖는다면 좋아진다는 믿음이 생겼다. 나처럼 진단 받은 지 얼마 안 된 분들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질병 앞에 놓인 현실이 당황스럽고 받아들이기 힘들지라도 위기를 기회로 생각해 보는 건 어떨지 싶다.

 

글/ 당건회원- 혼작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