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공복 혈당이 200이 넘는다고 연락이 왔다. 바로 집 근처에 있는 병원으로 갔다. 다시 한번 검사를 하고 진단을 받았다. 직듀오서방정이라는 당뇨 약을 처방받고 오는 길에 채혈기도 구매를 했다. 앱을 검색해서 혈당 수치를 기록하는 어플도 다운로드하고 당뇨에 관한 검색을 하다 카페를 발견해 가입했다. 6월 8일부터 약 복용을 시작하고 출근길에 카페에 접속해 출근도장도 찍고 다른 사람들의 식단, 운동, 당뇨 생활을 읽어 봤다. 혹시 모를 합병증 검사를 위해 동네병원에서 소견서를 받아 강북삼성병원에 예약을 해두었다. 이미 처방받은 약과 삼성병원 예약 날이 맞지 않아 중간에 약이 떨어졌지만 열흘 남짓 약 없이 잘 지낸 거 같다.
당뇨 약을 처음 복용하고 관리를 시작하면서 몸은 하루하루 마루타 실험을 하는 거 같았다. 이걸 먹으면 혈당이 얼마나 오를까. 저걸 먹으면 얼마나 오를까. 어떤 음식을 먹어야 혈당 수치가 낮을까. 등등. 당뇨를 진단받고 두렵거나 무섭진 않았지만 관리는 해야 하니까 먹기 전 마음과 먹고 난 후 혈당 체크를 할 때는 떨리기도 했다. 당뇨관리는 식단과 운동이라고 했다. 카페 사람들의 글을 읽어보면 하루 만보 이상은 걷는 것 같았다. 근데 내가 진단받은 해가 코로나가 한참 일 시기라 기존에 하던 점핑 운동도 중단하고 있었다. 다행히 친구와 걷기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었기에 하루 만보 걷는 게 힘들지 않았다. 만보를 걸어도 남들과 다르게 혈당이 내려가지 않는다. 다들 걸으면 식후 혈당이 좋다는데 가끔은 미동 없는 혈당이 얄미웠다. 무더운 여름이라 만보 이상 걷는 것도 지치고 혈당에 효과가 적어서 딸과 함께 홈트와 플랭크를 시작했다. 만보 걷기 보다 홈트와 플랭크가 좋은 결과를 보여줬다. 공복 혈당이 확 내려갔다. 사람마다 운동의 종류에 따라서 다른가 보다. 물론 기존과 달라진 식단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진단 후 잡곡밥을 만들어 냉동실에 소분해서 먹고 샐러드도 챙겨서 먹었다. 저녁은 최대한 간단하게 챙겨 먹기 시작했고 운동도 꾸준히 했다. 200이 넘는 혈당이 140~150으로 떨어졌다. 여기까지 새로 약 처방받아오기 전까지 약 없이 내린 결과다. 19일 삼성병원에 가서 안과 등 합병증 검사를 하고 3일 뒤 검사 결과를 들었다. 이상은 없지만 당화혈색소 9, 공복 혈당 126. 동네 병원과 같은 직듀오서방정이 처방되었다. 처방받은 약을 다시 복용하기 시작했고 서서히 공복도 100 초반으로 떨어졌다. 당뇨는 약을 복용하고 식단과 운동을 한다고 바로 좋아지지 않았다. 기다림과 꾸준함이 함께 동반되어야 서서히 좋아지는 관리 병이다. 다들 당뇨 진단받기 전부터 이렇게 조심하고 운동하면서 지냈으면 좋았겠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야 바뀐다. 사실 당뇨에 관해 몰랐던 건 아니다. 엄마가 당뇨이기 때문에 알고 있었다. 나는 유전력이 있는데도 말이다.
주변에서 당뇨 진단을 받았음에도 여유로워 보인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당뇨 진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오히려 마음이 덤덤했다. 당장 죽는 병도 아니고 먹었으면 운동하고 움직이자. 이렇게 생각하니 편하다. 일상생활에서 음식 조금 조심하고 꾸준히 운동하고 여유가 있는 주말에는 등산도 하고 말이다. 예민하게 생각하면 끝이 없기 때문에 인정하고 움직이니 좋다.
진단 전처럼 여행도 다니고 있지만 바뀐 게 있다면 걷기 여행으로 바뀐 것. 먹고 움직이는 것. 그것뿐이다. 내가 여유로운 사람이 아니라 당뇨에 너무 얽매이고 싶지 않을 뿐이다. 당뇨 관리의 시작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부터 아닌가 싶다.
글/ 당건회원 - 나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