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진단받은 지 25년이다. 시간이 야속하게 빠르게 느껴진다. 긴 시간만큼이나 당뇨관리에 대한 정보나 처방도 달라졌다. 25년 전 진단받을 때만 해도 약만 처방해 줬지 식단,운동에 관해서는 따로 설명이 없었다. 처방된 약만 복용하면 괜찮다고 생각했고 등산을 즐겼기에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한 달에 한 번은 7시간씩 산행을 하고 동네 작은 산도 자주 올랐다. 등산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해 음식을 따로 가리거나 먹는 거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이게 1년 전까지 유지했던 관리 방법이다.
술도 좋아하고 먹는 걸 좋아해서 음식을 편하게 먹었다. 등산이라는 무기가 있기에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당화 혈색소는 7~8점대 그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의사도 별다른 말은 없다. 하지만 시력이 많이 나빠졌다. 물론 나이가 있으니 노화로 인한 시력 저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혈당관리가 잘 안되어 급격하게 시력이 나빠진 게 아닌가 싶다. 당뇨관리 중간에 어머니를 3년간 돌보면서 힘들었는지 치매 전단계까지 판정받았다. 치매 관련 진단을 받기에는 젊은 나이였는데 그때 생각하면 아찔하다. 지금 관리하고 공부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당뇨인이 혈당 관리가 잘 안되면 치매 노출이 더 높다고 한다. 어머니를 돌보면서 스트레스, 체력 저하, 혈당관리가 안 되면서 치매 전단계까지 간 것이 아닌가 싶다.
진료 보는 날 의사는 여기서 당화 혈색소가 더 오르면 인슐린을 생각해 보라고 원했다. 배에다 직접 인슐린을 맞는다고 생각하니 두렵고 무서웠다. 약을 먹고 등산을 한다고 관리가 되는 게 아니구나 싶어 당뇨 카페에 들어가 봤다. 거의 10년 전쯤 가입한 거 같은데 활동을 많이 하지 않았다. 가입하고 다른 사람들의 관리법을 보면서 공부했더라면 지금 상태까지는 안 갔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관리하는지 보니 가장 많이 신경 쓰는 게 식단인 거 같았다. 식단! 요리하는 걸 좋아한다. 먹는 걸 좋아하니 직접 만들고 사람들과 나눠 먹는 것도 좋아한다. 잘 됐다. 내가 가장 잘 하는 걸 놓치고 살았던 거구나 싶다. 기존에 만들었던 요리에서 살짝 당뇨식으로만 변경했다. 즐겁다. 보람도 있다. 카페에 회원들처럼 요리한 것을 올리고 레시피를 공유하는 즐거움도 생겼고 어떤 이는 내 요리 레시피를 좋아했다.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되는 거 같아 뿌듯함이 밀려온다. 당뇨식으로 조금씩 바꿔서 인지 혈당도 제법 낮아졌다.
이대로 인슐린 안 맞고 관리하면 좋을 텐데 문제점이 생겼다. 바꾼 약 부작용이 심각하다. 인슐린은 맞기 싫었는데 부작용으로 인해 의사와 상담 후 인슐린으로 변경을 했다. 혈당이 제법 낮아져 약으로 관리가 되는구나 했지만 피할 수 없는 인슐린. 더 이상 미루지도 거부할 수도 없기에 맞기로 결심했다. 시작하기 전에는 거부감이 컸지만 막상 맞고 나니 아무렇지도 않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두렵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인슐린은 당뇨인의 마지막 방법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인가. 인슐린에 관한 부작용은 달리 없었지만 뱃살 증가는 어쩔 수 없었다. 워낙 먹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그래도 다른 이벤트 없이 잘 지내는 것에 감사하다. 진단받은지 어느새 20년도 넘게 흐르고 치매 초기까지 진단받은 나지만 큰 합병증 없이 건강하니 참 다행이다. 얼마 전 치매 검사를 다시 했는데 이상 없다고 했다. 다행이다. 결과를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금처럼 인슐린 잘 맞고 관리 하면서 당화 혈색소 5점대로 지내고 싶다. 당뇨는 줄이고 버릴 습관이 많지만 합병증 없이 주변인들과 나눠 먹고 즐겁게 여행도 다니면서 살아가길 소망해 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에게 당뇨란?.
■나에게 찾아온 당뇨 벌써 20년이 넘었네요. 그동안 관리를 전혀 안 하다가 당뇨 카페 활동하면서 관리를 시작했어요.
■에 ~애석하게도 진작에 관리를 했으면 이지경은 아니 되었을걸 미련한 건지 곰탱이인지~~
■게 다가 먹는 건 왜이리다 잘 먹는 건지 요리를 좋아하니 더더욱 잘 먹네요 그러하니~~
■당 뇨가 친구 하자고 찾아왔는데도 뿌리치지 못하고 받아들였네 친구를 가렸어야 하는데 당뇨 친구라니..
■뇨 놈의 당뇨는 고급 병이라 하지 않았던가 잘 먹어서 생긴 먹는 걸 너무 좋아하면서 운동을 안 하다니~~
■란 제리만 입은 것처럼 벌거벗어 버린 내 모습이 다 보이 것만 오늘도 열심히 관리하는 나로 돌아가야지 후회한들 무엇하리오. 앞으로 더욱더 관리를~~아자아자
글/ 당건회원 - 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