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음까지 아픈 사람이 되기 싫었을 뿐이다.
작성일 : 2025.08.17 22:38

 몸이 아프면 힘들고 괴롭다. 누구나 몸은 아플 수 있다. 하지만 몸이 아픈 것보다 마음이 아픈 사람이 더 힘들고 괴로운 거 같다. 현재 자신의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이만해서 다행이다. 이 정도에 감사하다고 생각해 보시길 희망하며 이야기를 써 본다.

 

 글을 쓰려니 2015년 겨울이 생각난다. 당시에 덤덤히 받아들였던 모습은 어디 가고 눈물이 흐른다. 세상을 예쁘게 바라봤던 눈. 내 목소리와 좋아하던 신승훈 노래를 듣고 세상 돌아가는 소리를 듣던 오른쪽 귀. 감정이 교차한다.
겨울 감기가 지독하다 생각했다. 약을 먹어도 동네 병원을 다녀봤지만 좋아지기 보다 기침이 멈추지 않아 숨쉬기조차 힘들어졌다. 언니와 택시를 타고 상급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병원 도착과 동시에 여러 가지 검사가 시작되었다. 검사가 끝나고 가장 먼저 내려진 진단은 폐렴이었다. 입원을 해야 한다고 해서 절차를 밟았다. 입원은 일반 병실이 아닌 중환자실이다. 폐렴으로 중환자실 입원도 하는 건가. 아니면 내가 정말 심각한 것인지 잠시 혼란스러웠다. 중환자실에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지만 검사 결과지와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폐렴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한 가지가 아니었다. 진단은 폐렴, 당뇨, 고혈압, 신장 이상 소견, 당뇨 망막증 진단. 하. 듣고도 믿기지 않았지만 외상 없는 종합병원 같았다.

 

 

의사는 젊은데 몸 관리를 안 했냐고 혼내듯 진단을 내리고 갔다. 태어나 처음 들었던 낯선 단어. 당화 혈색소 7.3이라고 했다. 당뇨 진단과 함께 관련된 합병증 소견이 한 번에 쏟아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살짝 억울한 감정도 생긴다. 당시에는 그렇구나 했지만 관리하면서 공부를 해 보니 당뇨 합병증이 오기에는 높지 않은 수치인데 왜 나에게 이렇게 몽땅 오게 되었나 싶다. 퇴원 후 당화 혈색소 5점대로 관리를 잘 했다. 열심히 한 자신이 무색 해지 게 망막증 증상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것처럼 빠르게 진행되었다. 레이저 시술을 먼저 진행하고 안구 주사로 넘어갔지만 신생혈관이 계속 생겼다. 출혈이 잦아진 눈에 유리체 수술도 시행했다. 수술하고 안정되려니 왼쪽 눈에 신생혈관과 동시에 녹내장이 왔다. 응급수술까지 받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왼쪽 눈은 높은 안압을 견디지 못하고 시신경이 손상되어 실명 했다. 조금만 더 버텨주지라는 안타까움과 빨리 발견하지 못 한 나 자신이 미웠다. 시야가 흐릿하고 뿌옇게 보였을 때 안경점이 아닌 병원에 갔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후회가 밀려왔다. 실명을 하고 경증 시각장애 진단을 받았다. 아무렇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오래 힘들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실명을 인정하고 스스로 마음을 달래고 적응하는데 더 힘을 쓰기로 했다. 주변에서 괜찮냐고 묻기도 했다. 감정에 동요되지 않으려고 취미 생활에 집중했다.

 

 

왼쪽 눈 실명이 되고 불편함도 어느덧 적응이 되었다. 평소와 같은 일상 속에 소리가 갑자기 들리지 않았다. 소리가 안 들리는 것이 아니고 들리는데 이상하게 들렸다. 오른쪽 귀. 오른쪽 귀에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오른쪽 방향에서 들리는 소리는 아주 멀리서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바로 오른편에서 말을 해도 왼쪽에서만 들리는 소리들. 무서워 이비인후과로 달려갔다. 의사는 돌발성 난청이라고 응급실 가라며 소견서를 써주었다. 다니던 상급병원으로 가니 돌발성 난청이 맞다고 외래를 잡아주고 입원을 했다. 고농도 스테로이드 약, 혈관 확장제 복용하면서 매일 청력검사를 진행했지만 오른쪽 귀는 반응하지 않았다. 의사는 마지막으로 고막 주사를 맞아 보자고 했다. 나의 간절함과 의사의 노력에도 오른쪽 청력은 돌아오지 않았다. 추가된 장애진단은 돌발성 난청으로 인한 오른쪽 청력 소실. 남들이 들으면 뭐 이래?. 할 수도 있는 일은 나에게 당연하다는 듯 찾아왔다.

 

 

보이지 않는 한쪽 눈과 들리지 않는 한쪽 귀. 불편함은 있었지만 좌절하거나 숨으려 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적응을 잘 해냈다. 몸과 마음이 적응되면 “신께서 이제 적응이 다 되었느냐?.” 하고 한 가지씩 전달하는 기분이 들었다. 7년 전 당뇨 진단과 동시에 들었던 신장 이상 증상. 잘 버티고 관리를 했지만 멈출 수는 없었나 보다. 신장 투석을 해야 하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의사는 말했다.  21년도부터 마음에 준비를 하고 있던 난 22년 4월 5일 투석을 시작했다. 이틀에 한 번 진행되는 투석.  망막증으로 인한 실명, 청력 소실에 이은 세 번째 합병증이다. 같은 날 동시에 진단을 받았기에 합병증이라고 말하는 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이 정도 쓰리콤보라면 우울증 오겠다 볼 수 있겠지만 이럴 땐  “이래도 흥~. 저래도 흥~.” 이런 성격이라 다행이다 싶다. 가능하면 아픈 감정 슬픈 감정 힘든 건 빨리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는 성격이 많은 도움이 된 거 같다.
 

 

내 글을 보고 다소 놀라는 사람도 있고 동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도 난 오른쪽 눈으로 세상을 예쁘게 바라보고 있으며 왼쪽 청력에 의지하며 세상 돌아가는 소리를 잘 듣고 있다. 그저 이렇게 지낼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후회하고 원망해서 바뀐다면 얼마든지 했을 것이다. 원망과 좌절로 인해 마음까지 상처 받는 걸 원치 않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조금 더 예쁜 걸 보고 예쁜 내 목소리를 더 듣고 소실되었으면 좋았을 내 눈과 귀. 빠르게 작별한 거 같아서 미안하지만 남은 한쪽으로 잘 보고 잘 듣고 나랑 마지막까지 건강하게 함께 하길 소망해 본다.

 

 

글 / 당건회원 - 아침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