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말에 직장검진을 하면서 알게 된 당뇨. 참 오래도 되었다. 나름 관리가 잘 될 때는 당화혈색소 5점대를 유지하면서 잘 지내기도 했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관리가 안되면 11점대까지 고속 질주를 하며 원복하기를 수차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직장검진.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 아침공복 100이 나온다.
첫 진단 받고 5년동안은 각종 건강보조식품을 안 먹어 본게 없었다. 서울에서 꽤 유명한 한의원 환약까지. 나 처럼 이렇게 당뇨에 좋다는 보조 식품을 많이 먹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것저것 먹어 본 결과 당뇨는 다 부질 없다. 지금 까지 관리 해본 봐 다른 건 다 필요없고 운동, 식이 관리에 필요한 약물만 있으면 된다. 운동으로는 런닝 40분 스텝퍼 40분이면 충분했고 자전거를 이용해 출근을 하기도 했다. 시간 채우는 운동이 아닌 땀을 무건 빼면서 최선을 다해서 했다.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식사는 탄수화물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하루세끼를 먹는 것으로 했다. 먹는 것으로 최대한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 노력했다. 이것이 제일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 하고 싶다. 물론 남자가 사회 생활을 하다 보니 술을 피할수는 없었지만 예전 처럼 폭음을 하지는 않았다. 간단 하지만 내 당뇨 루틴이기도 했다.
오랜 당뇨기간에 뜻 깊은 기록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22년 4월 기록을 남긴다. 이 기록의 시작은 20년1월부터 22년 03월 까지. 총 4회에 걸친 내용이다.
그냥 걷는 것도 무료하고 뭐가 없을까.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활활 타오를 때 쯤 tv에서 우연히 제주 올레길 투어 내용이 방영되고 있었다. 즉흥적으로 결심을 했지만 해내고 싶다는 뜨거운 무엇인가 올라왔다. 직장인 이자 가장이 었던 나. 단독으로 결정 할 수 없었다. 그랬다간 와이프 한테 혼쭐이 날테니. 웃프지만 와이프 한테 며칠간 징징거려 허락을 받아냈다. 아직 떠나지도 않았지만 갈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직장인이라 한번에는 못 하고 시간이 날때 마다 연차를 쪼개고 쪼개서 제주도를 입도 했다. 완주까지 여러번의 비행기를 타야했고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이라 많이 힘들었다. 완주를 했다는 성취감도 좋았지만 혼자라는 사실이 외롭긴 했다. 누군가와 함께 했다면 덜 외롭고 그렇게 춥지는 않았을 터. 비가와도 걷고 손발이 시려울 때는 나 자신을 달래가며 걷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누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더 간절했다. 뭐 벌어먹고 살기 바쁜 세상에 남과 시간을 내는 건 사치라는 결론이 나오지만 외로운건 어쩔수 없나 보다.
처음에는 마냥 신나기만 했는데 갈 수록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한번씩 투어 마지막 날 포기하고 싶은 마음에 정리하고 그만 철수 할까 라는 생각에 잠들기 일쑤였다. 이렇게 걷다가 잘 못되는 건 아닌지 내심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다음 날 눈떠보면 자연스레 절뚝이는 발을 운동화속에 단단히 넣고 움직이고 있다. 빠르게 걷지만 않으면 걸을수 있다 수 없이 달래본다. 길을 걷다보면 기대치 않았던 장소에서 아름다운 풍경과 마추치기도 했다. 마음이 뻥 뚫린 것 같은 그런 곳에서는 바람도 쐬며 시원한 공기를 마시고 휴식 취하면 고통이 사라지기도 했다 . 제주도 길에서 만난 아줌마 부대는 거친 파도소리와 바람 소리보다 목소리가 더 컸다. 정겹기도 했고 사람이 그리운 올레길 트레킹에는 그저 반가웠다. 평소 같으면 귀가 아프다 난리였을 나인데.
올레길 투어는 개인적으로 체력이 좀 있어야 하는 느낌이 들었다. 혼자던 여럿이던 본인의 결정이 중요하다. 그리고 가격도 만만치 않다. 외롭고 힘들었지만 투어를 무사히 맞췄고 인증서를 받았다. 내 자신과의 싸움. 발이 퉁퉁붓고 짓무르고 손이 시려 동상이 올 것 같았던 순간들과 바꾼 인증서. 허탈하고 공허 했다. 공항까지 오는데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옆에 누군가 있었다면 눈물을 찔끔 흘렸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아팠고 힘들었다. 외롭고 긴 싸움 이었지만 또 다른 나 자신과 싸우고 싶어 새로운 도전을 꿈꿔본다.
글/ 당건회원 - 내남자의 로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