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 대한당뇨병학회 췌도부전당뇨병 TF팀장(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우리 사회는 이미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그 결과 만성질환 인구의 급증은 불가피하며, 특히 당뇨병은 국가적 질병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당뇨병 유병 인구는 55% 가까이 증가하며 현재 약 533만 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당뇨병 전단계까지 포함하면 약 2천만 명이 당뇨 위험에 노출돼 있다.
문제는 관리 성과가 저조하다는 데 있다. 당뇨병 인지율과 치료율은 70% 이상이지만, 실제 혈당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조절률은 30%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병원 중심의 기존 관리 체계가 한계에 봉착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다회 인슐린 투여가 필수적인 중증당뇨병 환자들(1형+진행된 2형 등 췌도부진당뇨병)은 기존 제도 안에서 치료 공백을 경험하며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에게 의료진의 감독 하에 이뤄지는 재택의료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절대적 조건이다.
초고령사회와 당뇨병 심각성···현행 시범사업 일부 한계
보건복지부와 대한당뇨병학회가 협력해 지난 5년간 1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재택의료 시범사업을 운영해왔다.
성과는 뚜렷했다. 환자의 자가관리 능력이 향상됐고, 저혈당이나 고혈당 등 응급 상황 대응력이 크게 개선됐다. 합병증 예방 효과가 확인됐으며, 입원율·응급실 방문율 감소로 이어졌다.
그러나 올해 말 종료 예정인 이 시범사업은 여전히 여러 제약 속에 머물러 있다. 전체 당뇨 환자의 2% 미만인 1형 환자에 국한돼 있고 전문 인력 부족에 교육·상담 과정서 환자 비용 부담 여전하다.
즉, 시범사업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제도화와 확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관리 체계를 만들 수 없다.
재택의료를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발병 원인(1형, 2형)을 기준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인슐린 의존도를 포함한 ‘중증도’ 기준으로 환자를 분류해야 한다.
실제 임상 현장에는 2형 당뇨병임에도 인슐린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환자가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은 현행 제도에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결국 발병 유형이 아닌 환자의 상태와 치료 필요성에 기반한 분류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인슐린 의존적 2형 환자, 소아 2형 환자 등도 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재택의료 혜택은 특정 환자군만을 위한 것’이라는 불합리를 해소할 수 있다.
1형 환자 중심에서 벗어나,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모든 환자로 확장하고 특히 소아·청소년 2형 환자, 고위험군 중증 환자 우선 지원해야 한다.
교육·상담 비용 급여화 확대, 노인 외래정액제 등 기존 제도와의 충돌 해소, 환자 중심의 합리적 수가 체계 설계, 의료진의 교육·상담·원격 모니터링 활동을 적절히 보상 등도 필요하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재택의료와 원격 모니터링을 통한 당뇨 관리 체계를 운영 중이다.
미국, 영국, 일본의 공통점은 1형과 2형을 구분하지 않고, 환자의 필요에 따라 지원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역시 발병 유형이 아닌 치료 필요성에 근거해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재택의료는 환자 권리”
중증당뇨병 환자 재택의료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시범사업은 그 효과를 이미 입증했으며, 지금 필요한 것은 대상 확대와 제도화다.
국가는 환자의 생존과 직결된 치료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
특히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재택의료는 편의가 아니라 생존권이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어 조속히 제도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당뇨병 유병률은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 분명하다. 그 흐름을 막을 수는 없지만, 어떻게 관리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중증당뇨병 환자 재택의료 활성화는 환자와 국가 모두를 위한 길이다.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당건365(danggun2003@naver.com)